보통 오라토리오 장르에서 수난곡을 논한다면, 고난주간에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수난을 담은 부분을 낭독했던 가톨릭의 전통에서 기인한다. 주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는데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4복음서의 내용에 음악을 붙이게 되어 수난곡이 탄생하였고,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바흐가 자신의 수난곡을 위해 꾸준히 탐구하고 연주했던 작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라인하르트 카이저의 마가수난곡이다. 바흐는 자신의 작곡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당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직접 필사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대부분 필사해본 후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라인하르트 카이저의 작품은 예외적으로 세 번이나 연주하였다. 라인하르트 카이저는 당대의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을 대표하는 작곡가였으며, 그의 유연한 레치타티보와 인물에 따라 편성을 달리하는 기악편성은 바흐의 작품에도 그대로 영향을 드러난다. 바흐가 존경했던 라인하르트 카이저의 탄생 3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그의 마가수난곡을 한국초연한다. 사순절기에 가장 추천되는 음악인 수난곡을 카이저의 작품으로 관객들은 특별하고 뜻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